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포스터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영화음악이 열어준 새로운 스타워즈의 세계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음악이 열어준 새로운 스타워즈

만달로리안이 처음 디즈니+ 에 등장했을 때, 솔직히 말해 큰 기대를 품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존 스타워즈 팬들조차 반신반의하며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포스터

그 이유는 분명했다. 기존 스타워즈가 걸어온 영웅 신화의 길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름도 없이 철 헬멧을 쓴 채 현상금을 쫓는 한 사내의 이야기로 시선을 옮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곁에 슬며시 나타난 아기 그로구 — 우리가 요다로 익숙한 그 종족의 아이 — 의 존재가 이야기에 따뜻하고 독특한 색채를 더해주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그 호응에 힘입어 마침내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극장판 스타워즈로 그 무대를 넓히게 되었다. 그리고 극장판에서 음악은 한층 더 존재감을 드러낸다.


존 윌리엄스의 그림자를 넘어

이 영화 음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반세기 가까이 스타워즈의 사운드를 정의해온 거장 존 윌리엄스의 흔적이 의도적으로 옅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장대한 오케스트라, 우주적으로 팽창하는 듯한 사운드는 분명 그가 개척한 영화음악의 유산 위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이 향하는 방향은 전혀 다르다.

만달로리안의 이야기 자체가 그렇다. 광선검을 휘두르는 제다이의 세계가 어딘가 일본 사무라이나 중국 무협의 향취를 풍겼다면, 만달로리안의 세계는 완연한 미국 서부극이다. 현상금을 노리는 우주 총잡이, 말 대신 우주선을 타고 떠도는 무법자 — 이 이미지는 영락없는 서부 시대의 건맨이다.

작곡가 루드비히 예란손은 바로 이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그는 존 윌리엄스를 계승하는 대신, 마카로니 웨스턴 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만달로리안이 등장할 때마다 울려 퍼지는 저음의 리코더 선율 — 영화음악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모리코네의 그 유명한 휘파람 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악기의 선택에서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팬 플루트 소리를 오마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이 음악이 얼마나 의식적으로 설계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와 신스의 대담한 만남

극장판으로 오면서 음악의 스케일은 한층 더 웅장해졌다. 오프닝 15분의 음악은 압도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펼쳐지며, 화면 위의 장대한 액션과 완벽하게 맞물린다. 특히 추격 씬에 등장하는 메인 테마의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은 존 윌리엄스의 계보를 잇는 또 하나의 걸작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예란손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테마와 변주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여기에 과감한 신스 사운드를 접목하면서 완전히 독자적인 음악 언어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그의 음악이 극찬받는 핵심이기도 하다.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의 한 장면

특히 샤카리 별로 진입하는 장면에서 그 진가가 빛난다.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적 이미지 위로 신스 사운드가 깔리는 순간, 묘한 긴장감과 함께 영화적 쾌감이 극대화된다. 이 절묘한 반전이야말로 예란손 음악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 중 하나다.

신디사이저를 오스티나토 기법으로 활용하고 그 위에 웅장한 메인 테마를 얹는 방식은, 전통과 현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음악적 감각을 잘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와 전자음향의 조화를 통해 음악의 감정 폭은 한껏 넓어지고, 그만큼 영화의 서사도 훨씬 풍부하게 살아 숨쉰다.


아쉬움도 솔직하게

물론 아쉬운 지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달로리안이 숲 속에서 쓰러져 가는 장면에서, 음악이 조금 이르게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감정이 채 무르익기 전에 음악이 먼저 말을 걸어버리는 격이랄까. 살짝만 더 늦게 시작했더라면 장면의 여운이 한결 깊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그로구가 만달로리안을 보살피는 장면에서는 테마의 악기 선택이 다소 여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 더 따뜻한 에너지가 실렸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 돌이켜보면 그 연약하고 가냘픈 사운드야말로, 홀로 우주를 떠도는 작고 외로운 그로구를 가장 잘 표현한 음악적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지평을 연 음악

루드비히 예란손은 스타워즈 음악의 오랜 관습을 단숨에 뒤집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도록 신선하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영상을 받쳐주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의 정서를 이끌고, 캐릭터의 내면을 대신 말하며, 영화 전체의 서사적 흐름을 완벽하게 지탱한다. 오케스트라와 신스 사운드의 대담한 결합, 모리코네에 대한 세련된 오마주, 그리고 음악적 반복과 변형을 통한 창의적인 사운드 설계 —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스타워즈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 전혀 새로운 음악의 장을 열어놓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압도적이었던 순간은 첫 설원의 전투 씬과 도시에서의 추격 씬이었다. 음악과 영상이 하나로 맞물리는 그 순간, 영화관 좌석에서 몸이 절로 긴장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