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들고 있는 바흐의 초상화

제1강 바흐, 하나님께 드린 음악

바흐, 하나님께 드린 음악

충실한 일상에서 태어난 영원한 음악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멀게 느껴지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잠시 그 생각을 내려놓고 한 인간으로, 한 작곡가로 바라보며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공감해 보려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음악 정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의 삶 속에서는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바흐는 어떤 사람이었나

악보를 들고 있는 바흐의 초상화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 오늘날 우리는 그를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작 바흐 자신은 결코 “위대한 예술가”로 살지 않았습니다.

그는 평생 교회와 궁정에 고용된 직원이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직장인”이었습니다. 매주 상사가 원하는 음악을 써야 했고, 예배 시간에 맞춰 연습을 마쳐야 했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충실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충실한 일상 속에서, 인류 역사에 남을 음악들이 태어났습니다.

생애의 세 시기

1기 — 아른슈타트·뮐하우젠 시대 (1703~1708)

18세에서 23세,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오르가니스트 시절입니다. 이 시기의 바흐는 화려하고 대담합니다. 북독일의 오르간 명인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던 때입니다.

2기 — 바이마르·쾨텐 시대 (1708~1723)

23세에서 38세, 천재성이 본격적으로 꽃피운 시기입니다. 궁정 악장으로 일하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무반주 첼로 모음곡, 평균율 클라비어 같은 걸작들을 쏟아냅니다. 이 시기에 첫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깊은 슬픔도 겪습니다.

3기 — 라이프치히 시대 (1723~1750)

38세부터 생을 마감하는 65세까지. 성 토마스 교회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매주 새로운 칸타타를 작곡하고, 마태 수난곡과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대작들을 완성합니다. 학문적 완성과 신앙의 깊이가 음악에 녹아드는 시기입니다.

라이프치히 시대, 바흐의 한 주

그의 일주일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월요일에 새 칸타타 작곡을 시작합니다. 화·수요일에도 작곡은 계속됩니다. 목요일에는 악보를 정리하고 파트보를 나눕니다. 금요일에는 합창단 연습을 이끕니다. 토요일에는 최종 리허설. 그리고 일요일 예배에서 연주합니다.

이것이 거의 매주 반복되었습니다. 단 몇 주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그 결과로 탄생한 칸타타만 200곡이 넘습니다.

그는 악보의 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Soli Deo Gloria — 오직 하나님께 영광

또 악보의 첫머리에는 “Jesu, Juva(예수여, 도우소서)”라고 썼습니다. 이것은 형식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삶의 태도였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직업이기 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봉사였습니다.

감상 —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첫 번째 음악을 만나기 전에 잠깐 눈을 감아 보세요. 어두운 교회, 밤.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 그 앞에 앉은 스무 살 청년 바흐.

바흐에 관한 이야기 중 이런 것이 전해집니다. 젊은 시절 밤중에 혼자 교회에 들어가 오르간을 몰래 연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오르간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악기 였기 때문에 오리간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실제 오르간을 다루며 작곡을 해야 했던 것 입니다. 바흐는 그렇게 어두운 교회에 작은 등불을 들고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 어두운 교회를 가득 채웠을 소리 — 그 분위기가 바로 이 곡에 담겨 있습니다.

▶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토카타와 푸가, 두 가지 열쇠

이 곡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토카타(Toccata)와 푸가(Fugue)입니다.

토카타는 “오르가니스트의 화려한 오프닝 쇼”입니다. 즉흥적이고 자유롭습니다. 규칙보다 감정이 앞섭니다.

반면 푸가는 정반대입니다. 하나의 주제가 제시되면, 다른 성부들이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따라 들어옵니다. 마치 한 사람이 멜로디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차례로 그 멜로디를 받아 노래하는 것처럼, 음악이 점점 쌓이고 웅장해집니다.

감상 포인트

🎵  처음 10초 — 저 유명한 “따다다단!” 도입부. 뭔가 시작될 것 같은 긴장감을 느껴보세요.

🎵  토카타와 푸가의 분위기 차이를 느껴보세요 — 폭풍 같은 자유로움 vs. 질서 있는 웅장함.

🎵  이 음악이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지 떠올려 보세요.

한번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이 곡의 명 연주로 꼽히는 칼 리히터(Karl Richter, 1979)의 연주 입니다.

* 이 곡이 정말 바흐의 작품인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기도 합니다. 다른 바흐 작품보다 훨씬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바흐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파격이젊은 바흐의 기개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바흐는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주,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충실함이 음악이 되었고, 그 음악이 3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까지 닿아 있습니다.

위대한 음악은 특별한 삶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일상 속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Soli Deo Gloria — 오직 하나님께 영광

다음 강의에서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G선상의 아리아를 함께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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