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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충실한 일상에서 피어난 음악 – 칸타타, 골드베르크, 음악의 헌정

충실한 일상에서 피어난 음악 – 바흐의 칸타타, 골드베르크, 음악의 헌정

앞선 두 편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G선상의 아리아를 만났다면, 오늘은 바흐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차례입니다. 

죽음 앞에서도 평온했던 사람, 불면의 밤을 위해 음악을 썼던 사람, 그리고 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

세 곡을 통해 바흐라는 인간의 깊이를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죽음을 이렇게 아름답게 – 칸타타 BWV 156

제목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나는 한 발을 무덤에 두고 있습니다.”

어둡게 느껴지시죠? 그런데 막상 음악을 들으면 전혀 다릅니다.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1729년 라이프치히, 바흐는 주일 예배를 위해 이 곡을 썼습니다.

삶의 끝자락, 죽음의 그늘이 가까이 있는 상황을 다루는데, 바흐는 그것을 공포나 절망이 아니라 조용한 수용과 평안으로 그려냅니다.

곡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오보에의 독주 선율이 들립니다.

매우 느리고, 부드럽고, 반복적입니다. 마치 깊은 숨을 천천히 고르는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흐가 이 선율을 너무 아꼈던 것인지, 나중에 하프시코드 협주곡 BWV 1056의 2악장에 다시 사용했습니다. 한 번 쓰기 아까웠던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흐 신앙의 본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들으실 때 이런 것들을 느껴보세요.
이 음악이 슬프게 들리는지, 아니면 편안하게 들리는지요. 그리고 인생의 어떤 순간에 이 음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럼 칸타타 BWV 156번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한 음악 –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이 곡에는 유명한 탄생 이야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 백작이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의 곁에는 젊은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가 있었고, 백작은 밤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바흐에게 특별한 곡을 의뢰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이 이야기가 100% 역사적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이 곡의 이미지를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잠 못 이루는 밤,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변주들.

구조를 알면 더 재미있습니다

곡은 아리아(Aria)라는 주제 선율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30개의 변주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처음의 아리아가 다시 돌아옵니다.

A → 변주 1~30 → A.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바흐가 변주한 것은 멜로디가 아닙니다.

베이스의 화성 구조, 즉 음악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완전히 다른 옷을 입힙니다.

같은 집 구조 위에 30가지 인테리어를 한 것처럼요.

또 하나, 3번째 변주마다 “카논”이 등장합니다.

3번, 6번, 9번… 한 성부가 선율을 시작하면 다른 성부가 같은 선율을 뒤따르는 형식입니다.

수학처럼 정교합니다. 그런데 그게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습니다.

들으실 때 이런 것들을 느껴보세요.
처음 아리아의 고요함을 충분히 느껴보시구요. 변주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요

-밝은 것, 느린 것, 유머 있는 것. 그리고 처음과 끝이 같은 음악, 여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느낌… 이런 것들을 들어보세요.

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 – 음악의 헌정 BWV 1079

마지막 곡에는 정말 극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1747년, 바흐는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궁정을 방문합니다.

왕은 바흐를 시험하듯 직접 멜로디를 제시하며 말했습니다.

“이 선율로 즉흥 푸가를 만들어 보시오.”

바흐는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연주해냈습니다. 청중은 경악했다고 전해집니다.

바흐는 집으로 돌아와 그 왕의 선율을 가지고 작품 전체를 완성합니다.

푸가, 카논, 소나타 – 다양한 형식으로. 그리고 왕에게 헌정했습니다.

제목이 바로 “음악의 헌정”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하나의 선율이 어떻게 전혀 다른 음악들로 변해가는가입니다.

같은 문장을 가지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수학 문제도 푸는 것처럼. 하나의 아이디어가 예술로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오늘 들을 부분은 플루트, 바이올린, 통주저음을 위한 트리오 소나타의 Largo 악장입니다.

지적이고 구조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입니다.

들으실 때 이런 것들을 느껴보세요.
세 악기가 서로 대화하듯 선율을 주고받는 것을 들어보세요. 계산된 구조인데 왜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왕이 던진 씨앗 하나가 이렇게 꽃피었다는 사실,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바하의 음악의 헌정 트리오 소나타 Largo 입니다.

바흐가 남긴 것

오늘 세 곡을 들으셨습니다.

죽음 앞의 평온, 불면의 밤을 달래는 변주, 왕의 선율을 예술로 승화시킨 헌정. 각각 다른 시기, 다른 목적,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었지만

그 모든 음악 안에 하나의 공통된 정신이 흐릅니다.

충실함입니다.

바흐는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주,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충실함이 음악이 되었고, 그 음악이 3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까지 닿아 있습니다.

“위대한 음악은 특별한 삶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일상 속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Soli Deo Gloria – 오직하나님께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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